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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 고려인 <상> 무국적 해법 내놓은 우크라이나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9-06-30 00:00:00조회5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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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 고려인 <상> 무국적 해법 내놓은 우크라이나 [중앙일보]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전승 40년’이란 동네의 8층짜리 낡은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젊은 고려인 무국적자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수소문 끝에 찾아간 것이다. 무국적자들은 신분을 드러내길 꺼려 어렵게 만남이 이뤄졌다. 이윽고 청순하고 앳된 여대생, 장 이네사(22)씨가 걸어 나왔다. 미소를 머금었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한국말이 서툰 장씨는 러시아어로 말문을 틔웠다. 그는 손에 쥔 자주색 여권부터 보여 줬다. “열여섯 살 때였어요. 여권을 받으러 갔죠. 그런데 이걸 주더라고요. 어머니가 국적이 없어 저도 무국적자가 됐다면서요. 집에 와선 펑펑 울었죠….”

우즈베크 국적자들은 ‘시민권(citizenship)’이란 글씨가 선명한 녹색 여권을 받는다. 그러나 장씨의 여권엔 ‘시민권 없는 거주자에게 발급됐다’는 문구만 있다.

“우즈베크에서 사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아요. 학교도 다닐 수 있고요….” 하지만 취직 얘기가 나오자 장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국적이 없으면 취업이 ‘원천봉쇄’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장씨는 타슈켄트 국립동방대의 국제관계학과 4학년이다. 그는 “스페인 분야 여행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와 얘기하는 내내 노란색 스페인어 교본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취업 때가 가까워지니 앞이 캄캄해요. 이제야 무국적자라는 실감이….”

장씨가 내쉬는 한숨은 ‘대물림’되는 무국적 비극을 생생하게 웅변한다. “부모님 모두 고려인이죠. 그런데 국적이 아버지는 러시아, 어머니는 우즈베크였어요.” 장씨는 용접공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8년 전 돈벌이를 위해 모스크바행을 꿈꾸면서 일이 뒤틀렸다고 했다. 가장을 따라 어머니도 우즈베크 국적을 먼저 포기하고 러시아 국적을 얻었다.

그러나 장씨 부모가 헤어지면서 어머니는 우즈베크 귀환을 결심했고,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 지금은 여러 국가로 나뉘어진 옛 소련 지역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던 기억에 국적 재취득도 문제없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있다.

장씨는 사촌 언니, 어머니와 한 칸짜리 방이 전부인 아파트에서 산다. 월세 15만 숨(약 15만원)을 포함한 60만 숨의 월 생활비는 사촌 언니가 대부분 부담하지만 늘 모자란다. 먹고 사는 문제는 당장 졸업을 앞둔 장씨가 직장을 구해야 하는 큰 이유다.

우즈베크 고려인문화협회장 신 블라디미르(55)씨는 “100년 가까이 유라시아 대륙을 떠돌던 동포들을 무국적으로 방치하는 것은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수치 아닌가요”라며 모국의 도움을 간절히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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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 고려인=현재 거주하는 나라의 국적이 없는 고려인을 지칭한다. 예컨대 우즈베키스탄 국적이 있지만, 지금 사는 곳이 우크라이나이고 적법한 이민 절차를 거치지 않아 국적이 없으면 무국적 고려인이다. 현지 대사관과 학계에선 일반적 불법체류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자원개발 붐을 타고 중국·베트남 등에서 중앙아시아·러시아 등으로 유입되는 불법 체류자와 달리, 고려인들은 수십년간 옛 소련 지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