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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본 러시아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7-04 00:00:00조회501회

 내가 본 러시아

러시아는 땅이 거대한 만큼이나 알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77배)
이제 1년 남짓 러시아의 영토의 49개주 중의 한 주에 불과한 연해주에서 생활하고 러시아를 다 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동안 고려인들 틈바구니 속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내가 본 러시아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러시아를 흔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들 한다.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러시아인들은 공산주의가 멸망하면서 그들에게 덮친 허무와 파멸 속에서 아직까지도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일부 지식계층과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도둑과 사기가 만연하는 믿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도피처를 찾지 못해 술과 마약으로 몸부림치는 일부 대중들을 흔히 보게 된다.
공산주의가 무너진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사회 곳곳에 공산주의에 찌든 이들의 사고방식과 일 처리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 오는 날, 길바닥을 청소하며 물을 뿌리고 하루종일 왔다갔다 하는 차를 만날 때든지, 국영백화점에 물건을 사러가 도 인사도 하지 않고, 사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 불친절한 점원들을 만날 때면 더욱이 그렇다.
기차역에서는 아무리 손님들이 줄을 많이 서 있어도 점심시간이 되면 창구 문을 닫고 태연히 식사하러 가는 야속한 매표원 아가씨들은 분명히 아직도 공산주의 사상과 체제가 러시아에 깊이 뿌리박고 있음을 말해 준다.
작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비행기를 타고 이사가는 고려인들이 있었다. 짐을 화물로 부치러 공항에 갔는데, 짐을 받아 주지 않았다. 이유는 쟈크부분을 실로 꿰매지 않으면 짐이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쟈크 부분을 꿰매라는 것이었다. 급히 실과 바늘을 사 와서 2∼3시간에 걸쳐 15∼16개 되는 짐가방을 쟈크 있는 부분마다 앉아서 실로 꿰맨 기억이 있다. 마감시간 가까이까지 꿰매었는데 이미 짐이 다 찼기 때문에 또 받을 수 없다고 냉정하게 말하고 퇴근하는 러시아 직원의 말은 너무 황당하였다.
화물 총 책임자에게 찾아가서 사정사정해서 짐을 부친 적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겪은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안 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고 하는 말이 있다. 법적 절차를 밟아서 일을 하려면 한달, 1년 걸리는 일도 인맥을 통해서 뇌물을 통해서 하면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뜻인 것 같다.
러시아 사람들은 원래는 무척 낙천적이고, 즐기기를 좋아한다. 술과 노래, 춤을 특별히 좋아하는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 겨울엔 추워서인지 이들은 여름휴가를 즐긴다. 여름방학은 6월부터 9월초까지이며 휴가는 보통 한 달씩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차(=작은 시골별장)에 가서 농사를 지으며 손수 지은 농산물을 거둬오는 러시아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휴일이면 바닷가 근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특색 있는 풍경은 아줌마들이 밭에서 일할 때 수영복을 입고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법은 없다. 괭이로 서서 김을 매고 허리를 굽혀서 밭일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단 농장이 폐쇄되면서 농업에서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 기껏해야 100∼200평의 다차 텃밭이 고작이고 대부분의 광활한 농토가 놀고 있다.
대단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고려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러시아인들은 고려인들에게 가장 좋지 않은 땅을 비싸게 임대해 주고, 트랙터를 임대해 주어 먹고 살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이 공산주의 붕괴와 함께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면서 도둑질과 나태와 게으름이 만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탈린 시절에 국영농장의 생산증가를 위해 가혹한 노동력 착취와 억압정치가 오히려 이들의 가치개념에 혼돈을 일으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밀 이삭 몇 개만 국영농장에서 훔쳐도 발각되면 사형에 처했다 한다.
배고픈 아기에게 먹일 것이 없어서 밀 이삭을 훔치던 수많은 부녀자들이 스탈린의 무자비한 정치에 의해 희생되었다. 이러한 무자비한 공산혁명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공산주의 멸망을 초래하였던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지금도 길거리에 세워 놓은 차량의 부속을 훔쳐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본인도 작년에 아파트 앞에 세워둔 자가용의 밧데리와 카스테레오, 그리고 옷가지들을 도난당한 일이 있다. 수년 전에는 차바퀴와 앞 유리까지 빼갔다고 하는 믿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실감이 났다.
러시아는 거주지 등록이라고 하는 거주지 제한법과 검문 등으로 거대한 영토의 체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수많은 민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오히려 당연한 자기보호 의식 속에 생성된 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러시아 사람들 마음 속에는 꽃을 좋아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도 있다.
오히려 민족성은 우리와 비슷한 동양적인 면이 많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러시아에는 낭만과 아름다움도 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된 9,300km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는 낭만은 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일 것이다.
땅이 넓고, 여행의 시간이 길기 때문에 주로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사람들, 책을 읽으며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과 자작나무숲을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는 러시아인들이기에 대문호들이 탄생되었던 것 같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와 예술의 나라 러시아!
마뜨료시까를 연상케 하는 러시아를 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라는 말처럼 러시아는 알 수 없는 나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