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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이야기(3) -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작성자구굿닷컴작성일2006-08-10 00:00:00조회636회

‘내일의 고려인은 더 이상 춥지 않으리’
고려인 이야기(3) -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민족사

“좋네, 좋아.” 플라타노프카 고려인 마을의 책임자인 김유리 스테바노비치 아저씨는 한국의 민간단체가 보낸 성금으로 구입한 트랙터를 받았다. 만져보고, 쓸어보고, 타보고,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짓는다.

척박한 연해주 땅에서 맨손으로 농사를 짓던 고려인들에게 ‘쿠릉 쿠릉’ 소리를 내며 도착한 트랙터는 어느 것과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선사했다. 트렉터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 것이 소원이라던 김유리 아저씨는 손에 받아 든 트렉터 증서에 기어코 눈물 한 방울을 보태고 말았다. - ‘내 눈물에 당신이 흐릅니다’ 중에서 -

이데올로기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고려인의 존재와 140여년에 이르는 기나긴 유랑의 세월이 전해지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사회에는 이들을 돕고자 하는 자원봉사자와 민간단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떤 자원봉사자들은 고려인의 처절한 삶을 목도하고 현지에 남아 고려인과 함께 살고 있다.

▲ 김재영ㆍ박정인 부부는 고려인과 러시아 아이들에게 한글과 컴퓨터를 가르치고 미용봉사를 하며 고려인을 돕고 있다. 그의 수업시간에는 조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개구쟁이 아이들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참석한다.©(사)고려인돕기운동본부

현지에서 고려인과 함께 사는 자원봉사자들

‘(사)고려인돕기운동본부’는 2000년 6월 연해주 6개 지역의 고려인 정착촌에 10명의 한글교육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를 파견해 탁아시설과 한글학교 운영, 의료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종덕ㆍ이옥자 부부는 러시아 극동부 파르티잔스크에서 무료 치료봉사를 시작해 현재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집성촌인 프라우다마을에서 봉사하고 있다. 그를 통해 치료받은 고려인과 러시아 현지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고려인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박 선생의 집에는 하루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의 부인 이옥자는 박성림 봉사자와 함께 탁아시설과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둘째 딸은 김 세르게이라는 고려인과 결혼했다.

김재영ㆍ박정인 부부는 고려인과 러시아 아이들에게 한글과 컴퓨터를 가르치고 미용봉사를 하며 고려인을 돕고 있다. 그의 수업시간에는 조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개구쟁이 아이들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참석한다.

김재영씨는 고려인의 처절한 역사와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은 ‘내 눈물에 당신이 흐릅니다’라는 책을 출간해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비교적 생활이 여유로운 사할린 고려인들이 이 책을 통해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삶을 알게 돼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고려인들끼리 화합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김재경ㆍ박정인 부부는 블라디보스톡에서 6년째 고려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초기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사무국장 박정열씨는 “1995년에서 2000년까지는 외국인이 산다는 소문이 나면 현지 사람들이 거주지를 찾아와 돈을 요구했고 연해주에서만 1년에 200명의 외국인이 살해당했다”며 “술에 취한 덩치 큰 러시아 사람들이 담배나 술을 달라고 하면 정말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고려인 자영농장과 법적지위 회복을 위해

▲ 자연농장의 성공여부에 반신반의하던 한 고려인은 재배한 수확물이 현지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우즈베키스탄의 여동생 가족도 불러들여 우정마을에 정착시켰다고 한다.©동북아평화연대
‘동북아평화연대’는 2005년부터 고려인들이 러시아 연해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택을 제공하며 자연 농법기술을 전수하고, 농업 자금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순한 부장은 “중국이 거대 자본과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고려인의 농장은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며 “동북아평화연대는 고려인들로 하여금 유기농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연해주 끄레모바 지역에 33채의 농가를 구입해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한 고려인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우정마을 출범시켰다. 고려인이 농가에 5년 이상 거주하면 소유권을 이전하고 농사에 필요한 초기 자본금 3천달러를 ‘1년 거치 3년 상환’으로 대출해 준다.

자연농장의 성공여부에 반신반의하던 한 고려인은 재배한 수확물이 현지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우즈베키스탄의 여동생 가족도 불러들여 우정마을에 정착시켰다고 한다. 우정마을의 성공적인 정착에 힘입어, 동북아평화연대는 한 마을에 20가구씩 5개의 고려인 마을을 끄레모바 지역에 세울 계획이다.
▲ ‘동북아평화연대’는 2005년부터 고려인들이 러시아 연해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택 제공, 자연 농법기술 전수, 농업 자금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동북아평화연대

‘우리민족서로돕기’는 1999년부터 볼가강 유역의 러시아 서남부 볼고그라드주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법적지위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지역에는 6만여명의 고려인들이 뿔뿔이흩어져 살고 있지만 그 중 절반이 임시거주자와 불법체류자, 무국적자라고 한다.

불법체류로 인해 러시아 경찰의 단속을 피해 숨은 독거노인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전달하고 사회진입에 실패한 청소년들을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사물놀이, 한국교육을 실시하여 고려인의 정체성 회복에 노력한고 있다.

또한 우리민족서로돕기는 소농사를 지으며 극빈생활을 하는 고려인들을 위해 정착촌을 만들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 이제 우리들도 한민족 특유의 민족정신을 발휘해 진정한 한민족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야 할 때가 이르렀다고 본다.©(사)고려인돕기운동본부

한민족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야 할 때

고려인을 돕는 민간단체와 재외동포들은 ‘55만명의 고려인을 포함해 7백만에 이르는 재외동포를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미래 한국의 세계 영향력 강화를 위해 고려인 사회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북아평화연대 강래곤 홍보실장은 “현재 외교부, 교육부, 문화광관부에서 각각 벌이는 일시적이고 산발적인 사업을 일원화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해외동포지원 사업을 펼쳐야 한다”며 “7백만명의 재외동포를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을 재외동포청으로 격상하고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등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려인돕기운동본부 박정열 사무국장도 “우리는 남의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를 지나,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며 “동남아시아나 외국에서 일어나는 재난재해에도 수십ㆍ수백만 달러를 원조할 수 있는 나라가 왜 해외동포는 돌아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안타깝게도 고려인 3ㆍ4세들은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며 얻어낸 ‘8.15 광복절’의 의미도, 그런 날이 있는 것도 모른다”며 “이제 고려인들이 민족적 자긍심을 지니고 한민족공영체에서나 현지에서  주류사회에 자랑스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손잡아 일으킬 책임과 의무를 다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화교사회와 유대인들의 세계 네트워크는 현대 국제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의 재외 동포는 7백만에 달하며 전 세계 150개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 이는 재외동포 수로는 세계 3위이고, 본국 인구대비 세계 1위에 이르는 규모이다. 이제 우리들도 한민족 특유의 민족정신을 발휘해 진정한 한민족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야 할 때가 이르렀다고 본다.


이영주 기자 joseph@goog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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