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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고려인 강제이주가 뭐예요"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7-07-06 00:00:00조회564회
<"할아버지, 고려인 강제이주가 뭐예요"> 남양주.연해주 초교생 홈스테이 교환방문
(남양주=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할아버지, 고려인 강제이주가 뭐예요"
6일 오전 남양주 도곡초등학교 교정에 어린이 20여명이 한 할아버지를 에워싸고 이것 저것 물으면서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러시아 연해주 파르티잔스크시 고려인협회 타모세이 이(70)씨.
생후 1개월 만에 강보에 싸여 강제 이주를 당한 고려인 2세인 그의 부친은 강원도 영월이 고향이며 일본강점기 연해주로 건너갔다.
그는 도곡초교(교장 차평원)와 인근의 도심초교(교장 김봉길) 초청으로 5일 오후 부인 고애마(65)씨와 손녀인 지나 이(5학년)양의 손을 잡고 속초항을 통해 방한했다.
이번에 남양주를 찾은 연해주 어린이들은 파르티잔스크시 29학교, 발레학교 등 3개교 18명과 달라네친스크군 내 4개교 15명으로 고려인 4세와 현지인으로 구성됐다. 동행한 학부모와 관계자 등 17명을 합하면 이번 방문단은 모두 50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을 집으로 초청해 하룻밤을 보낸 도곡초교의 어린이들은 방한단 인솔자이기도 한 이 할아버지가 이날 교정을 돌아보는 내내 쫓아다니며 고려인들이 왜 강제이주를 당했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고생을 했으며,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할아버지는 1937년 옛 소련의 스탈린 정권이 20만명의 한인이 일본인의 첩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차 화물칸에 실어 황무지인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으며, 그 곳에서 추위와 허기, 차별을 견디며 살았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줬다.
학생들은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는 눈치였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려인이 고향땅을 밟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아픈 얘기를 들을 때는 숙연해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1990년 연해주로 돌아와 정착한 이 할아버지는 "아직도 중앙아시아에서 고통받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있다"며 "어느 민족이건 힘이 없으면 고통받기 때문에 학생 여러분은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을 강국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또 연해주 어린이들은 이날 뿔뿔이 흩어져 조회와 1교시 수업을 도곡초교 어린이들과 함께 했으며, 2교시부터는 학교 시설물 등을 돌아봤다. 이어 오후에는 홈스테이 학생과 손을 잡고 용인 에버랜드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지나 이양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한 뒤 러시아어로 "할아버지 고향에 처음 왔는데 너무 좋고, 기쁘다"며 "학교가 깨끗하고, 없는 것이 없어 저절로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도곡초교 박윤정(6학년)양은 "러시아 학생들과 친구가 돼 서로 언어와 문화 등을 배우고 교류할 수 있어 유익하다"며 "한국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 차평원(57) 교장은 "학생들이 국제교류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큰 꿈을 꾸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자매결연을 하는 등 교환 방문 프로그램을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도곡초교 학생 35명과 교사 및 학부모 10명은 다음달 14일 러시아로 교환 방문길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교환 방문을 주선한 고려인돕기운동본부 연해주지역 김재영 본부장은 "연해주 초등학교와 국내 학교가 교환 방문하는 것은 도곡초교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해주 어린이들은 7일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한 뒤 8일 러시아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