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반도의 조각나라가 아닌 대륙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가진 민족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이 최근 100년 동안 극도의 역경과 고난을 겪으며 내우외환으로 민족분단국가가 되어버린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야할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져있다. 작은 반도의 조각나라가 전 세계적인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민족사의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광복 60년과 분단 60년을 뛰어넘어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이루어야 하며 민족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반도를 뛰어 넘어 새로운 세계사의 주역으로 성장해 가도록 힘을 모아야한다. 이러한 막중한 사명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을 부르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10분의 1이 넘는 약 700만의 재외동포를 가진 재외동포 강대국이다. 재외동포 700만은 엄청난 에너지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재외동포 700만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동포들이 있다.
카레이스키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55만 고려인(그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 부른다) 동포들은 유독 오랜 세월동안 한민족 공동체와 오랫동안 단절된 채 살아야만 했다. 겨우 서로를 알기 시작한 것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이며 소련이 붕괴된 1990년 초반부터이다. 1860년대에 시작 된 고려인동포들의 러시아 대륙으로의 이주와 개척의 역사가 140년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주와 개척 140년의 역사는 오히려 유형민족(流刑民族)처럼 보내야했던 동포들의 유랑140년의 한(恨)의 세월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구한말 조국이 어려운 시대에 대륙을 기회의 땅으로 알고 생존을 위해 두만강과 바다를 거침없이 건넜던 동포들! 을미사변과 한일 합방이후 조국의 독립을 외치며 연해주에 집결하였던 20만 고려인 동포들! 일제의 대륙강탈과 소련 내 백군과 적군사이의 내전 그리고 스탈린공산당정권의 강제이주정책과 스탈린 사후 소련 공산당 시절을 겪으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고려인 특유의 생존방법이었던 고본질(계절적이동농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과 높은 교육열로 당당하게 살아남은 대륙의 ‘꼬레사람’ 고려인 동포들! 그들은 스스로를 ‘꼬레사람’ 이라고 부르며 그렇게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구소련 시절 수 백명에 달하는 노력영웅의 배출은 성공한 콜호즈 뒤엔 반드시 고려인이 있었다는 전설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1991년 구소련의 해체와 신생독립국가의 등장으로 대두된 민족주의와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또다시 생존을 위한 유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정착하며 살아야 하는 수십만 고려인동포들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전역과 특히 연해주 등지에서 새로운 삶터를 찾기 위한 동포들의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다.
이들의 특징은 다른 소련 내 대부분 소수민족과는 달리 돌아갈 조국이나 반겨주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들은 광활한 대륙의 이방인으로 치열한 삶의 현장 한 가운데 서 있어야만 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광야에서 외치던 넋의 소리여! 낯선 땅에서 피 흘리며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살면서도 고향땅 모국을 그리던 꼬레 사람들의 순수한 민족애가 이제 우리의 몫이 되고 사명이 되어 힘없던 대한민족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나긴 유랑과 망각의 세월 속에서 잊혀져갔던 자기를 찾고자하는 노력은 결코 그들만의 몫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잊혔던 또 하나의 민족사를 가진 대륙의 꼬레사람 고려인 동포들을 기억하며 후원하고, 교류 협력하는 일은 반도의 한민족이 진정한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를 이루며 세계 속의 한민족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기회와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끌어안아야 할 때다. 우리 안에 우리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는 망각되어진 역사의 문빗장과 이데올로기시대로 닫혔던 마음의 굳은 문들을 열어야 한다. 이제 손을 잡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흩어져 살 수 밖에 없었던 세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교류의 장이 펼쳐져야한다. 서로의 벽과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나눔과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민족통일의 시대는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민족통일의 시대를 준비하고 이루어 내야할 과제가 우리들에게 있다. 고려인동포들과의 나눔 실천과 교류 협력은 우리 민족사에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륙과 세계로 향하는 통일 한국시대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키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이에 우리는 대륙 속의 한민족 우리 동포들이 민족의 보배(寶貝)요 자산(資産)임을 확신하며, 세계 속의 한민족시대의 개막과 하나 된 우리민족의 힘찬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기위해 사단법인 ‘고려인돕기운동본부’를 발족시키고자 하는 바이다. 이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의 참여와 성원을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 33인 발기인 일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