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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모국어 이질화와 고려인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7-09 00:00:00조회536회

남북간 모국어 이질화와 고려인  

  
백두산 천지의 물은 천지 안에 아직 고여 있는 동안은 어느 켠에 있건 성분이 똑같은 물이지만 땅속을 뚫고 서쪽으로 흘러내려 압록강과 합류된 물과 동쪽으로 흘러내려 두만강과 합류된 물이 서로 점점 멀리 떨어지면 질수록 현지조건에 오염되어 물은 물이지만 성분이 각각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 모국어도 8.15광복후 남북이 각각 상이한 정치 체제하에 살게 되면서 모국어 이질화가 세월이 갈수록 심해졌고 따라서 백성들의 생활양식, 사고방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북반부의 경우를 살펴보자. 8.15해방직후 소련에서 살고 있던 고려인들이 많이 나와 각 부문 중앙간부들로 되면서 조선어문법을 러시아어문법에 기준하여 바꿔놓기 시작했고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술어들도 러시아어에 기준한 술어들을 쓰기 시작했다. 번역이 안되는 술어들은 러시아어발음 그대로 사용했는데 예를 들어 뜨락또르, 꼼바인, 꼴호즈 등이다.


그리고 북조선 고급간부들 중에는 김일성 수상의 전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경제, 생산부문에서 유격대들의 전투와 관련된 술어들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돌격전, 고지점령, 격파, 숙청 등이 그런 예들이다.

언어에서도 유산계급사회와 무산계급사회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하여 원래의 부드러운 표준어 경어들을 무뚝뚝한 함경도 방언 또는 공산주의 러시아어식으로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그런 전형적인 예가 ‘씨’, ‘님’, ‘선생님’ 대신 ‘동무’, ‘동지’로 됐다. 이에는 고급간부들 중 함경도, 노동자, 농민 출신들이 많았던 원인도 있다.

그렇다면 남반부에서는 언어변화가 없었는가? 아니다. 있어도 많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북한 빨갱이들이 쓰는 말을 쓰지 않기 위해 같은 뜻의 술어지만 다른 한문들을 골라 내여 다르게 배합하여 새로운 말들을 많이 만들어놓았고 특히 영어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

때문에 현세대는 데이트, 파티, 쇼핑 등 영어는 알지만 산보, 연회, 장보기란 말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더 오래 살아가노라면 우리 고유언어 대부분이 영어로 바뀌어질 수도 있잖는가? 심지어 한국에서는 영어 공용론을 주장하는 학자들까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듯 남북의 상이한 정치체제 때문에 언어이질화가 심해졌으니 지역통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 언어통일이 중요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자연히 나선다.

언어철학자인 툼볼트는 “언어가 곧 세계관이다. 한 민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나 민족의 언어를 배우며 그 민족의 세계관을 실천하고 살다가는 것은 개인의 피치 못할 운명이다”라고 말했다. 남북의 언어가 이렇게 달라졌을 때 재외동포들은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가? 이 문제는 특히 구소련 고려인사회에서 날카롭게 나서있다. 어째서? 구소련 고려인사회는 주로 북조선 함경도출신들로 형성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북조선도 조국이요. 한국도 조국이다. 그런데 구소련 고려인들은 북한과만 연계가 있어 언어도 북한 것을 써왔다. 그러다가 소련에서도 시장경제 체제로 나아가게 되면서 한국의 모든 것이 더 가까워지고 한국식으로 살려고 하는 것이 오늘의 고려인사회 현실이다. 그런데 언어란 하루 이틀에 바꿔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고려일보’ 신문의 예를 들어보자. 고려극장에서는 아직까지도 현지 고려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하기 위해 함경도 방언을 ‘고려말’이라 칭하여 그대로 쓰고 있지만 고려일보는 그럴 수가 없어 1994년도부터 시작하여 북한의 문체론을 한국 두음법으로 바꿔 쓰고 전체 부문에서의 북한 술어들을 될수록 안쓰고 한국식으로 쓰려고 노력은 하나 그것이 빨리 바꿔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우리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현지 고려인이나 북조선 사람들은 한국냄새가 난다고 하고 한국사람들은 북한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린 어찌해야 하는가?

‘고려일보’가 곤란을 겪고 있는 단 한 가지 예만 들려고 한다. 우리 민족은 어디에서 살건 같은 민족이다. 그런데 살고있는 위치에 따라 조선사람, 한국사람, 고려인 등으로 써야 한가? 나라 명칭도 역시 그렇다. 그러니 북한, 한국, 구소련, 중국, 미국, 일본 등 언어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선 국명, 민족명칭, 과학, 경제, 정치 술어 등을 통일시키는 문제가 아주 절박하다고 생각한다.


양원식(고려일보 부주필, 작가) jhnam51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