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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공화국 언어 축제에 느끼는 고려인동포의 회한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0-09 00:00:00조회564회

카자흐스탄 공화국 언어 축제에 느끼는 고려인동포의 회한 -

   2003년 9월 15~30일 동안 카자흐스탄 전국에서는 다민족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제5회 언어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구소련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별히 다른 점의 하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시야등 슬라브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러시아어를 제일 많이 사용한 공화국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비율을 따져보아도 원주민이 전체 인구의 35-40% 밖에 안됐으며 또 그 밖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 주민들이 주로 러시어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이 독립을 하면서 카자흐어를 국가언어로 선포했기에 러시아어는 공식 공용 언어로는 법적으로 인정됐으나 사실상 국가언어라는 지위는 상실했다. 또 최근 10년간 러시아인, 독일인, 유태인들이 많이 그들의 조상땅으로 돌아간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다른 나라들에서 살고 있던 카자흐족들이 많이 돌아와 현재 카자흐족이 카자흐스탄 전체 주민의 약 55%를 차지하게 됐다.
그런데 아직도 옛날의 습관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어 아직까지도 대부분이 러시어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언어로 선포된 카자흐어가 아직은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자흐민족이 자기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 전통, 역사를 갖고 있는 한, 카자흐어를 국가언어로 선포한 것은 당연하고 옳은 일이다. 그런데 실생활은 그렇지 않으니 언어가 큰 문젯거리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온갖 공식 문건 작성, 상용어를 카자흐어로만 하게 한다면 어떤 파동이 일어날지 예견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서서히,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기 위한 시책의 하나가 바로 언어축제이다.
각 민족들이 한곳에 모여서 카자흐어로 노래를 부르고 시를 낭송하고 웅변대회를 함으로써 카자흐어의 위신을 높이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카자흐어를 배우도록 하기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보도 자료들을 살펴보면 이런 행사에 러시아인, 우즈베크, 끼르기스등 무슬만족들은 카자흐어를 잘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언어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비해 비율상으로 보아도 그리 적지않은 데다가 러시아어 밖에 모르는 고려인들은 남보다 몇배 더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카자흐스탄 전체 주민의 65%가 카자흐스탄 국가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 그중 고려인들의 국가언어 구사가능자 비율을 보면 5%도 안될 것이다. 그러니 국가언어 구사 부분에서 우리 민족은 가장 뒤떨어진 민족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카자흐스탄 작가동맹의 어느 한 회의에서 한 러시아인 작가가 했던 발언이 기억난다. “독인인들 대부분은 러시아어, 카자흐어, 독일어 3가지 말을 알고 카자흐족은 러시아어, 카자흐어 두 가지 언어를 알고 있지만 러시아인들은 자기 언어밖에 모른다. 따라서 어느 민족이 더 영리한가?” 이런 말을 하면서 자기 말밖에 모르는 러시아인들을 비난했다. 그런데 고려인들 대부분은 카자흐스탄 땅에서 살면서도 러시아어밖에 모르고 국가 언어인 카자흐어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 나라의 언어를 아는 것은 그 나라. 민족에 대한 존경심을 보이는 동시에 실 생활상 필요하고 더구나 고려인들은 카자흐족과 얼굴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들이 카자흐어로 무엇을 물어볼 때 단 몇 마디로도 카자흐어로 대답해 주는 것이 그들에 대한 도리이고 의무이며 존경심인 것이다. 물론 40세이상 된 사람들이 갑자기 남의 말을 습득하기는 몹시 어려우나 젊은이들은 국가 언어를 모르고 어떻게 원주민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고려인 젊은이들은 조상들이 사용하던 한국어도 알아야 하고 현대생활에 적응하려면 영어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네가지 말을 알아야 해서 2중3중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 카자흐스탄에서 살겠다면 국가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란 그 민족을 이해할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인 것이다. 원주민의 내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이 땅에서 살 수 있는가? 언제까지나 외국인들처럼 하루살이로 살 것인가, 아니면 당당한 국민으로서 떳떳하게 살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려인 젊은이들은 아직까지는 늦지 않았으니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일이 고려인 문화중앙들, 청년센터, 각 사회단체들이 할 일인 동시에 카자흐어 축제도 수시로 마련하여 국가언어 습득을 장려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카자흐어로 문학작품을 쓰거나 읽는 정도까지는 아직 이르다고 해도 자주 쓰이는 상용어를 배우고 사용함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1937년 원동 고려인들이 이곳으로 강제이주 되어 왔을때 늙은분들은 러시아어를 몰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서투르게 나마 러시아어로 자기가 할 일, 얻어먹을 것은 다 얻어먹으며 살아왔다. 그런 정도라도 카자흐어는 배워야 하고 또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특히 젊은이들은 러시아어와 다름없게 카자흐어에 능통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본인도 카자흐어를 잘 모른다. 그러나 어른들과 외국인들을 위한 카자흐어교과서를 다 공부하여 카자흐어 문법을 잘 알고 있으며 적어도 300~400단어를 알고 있어 남이 말을 할때 대략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는 한다. 만약 지금 나이가 50살만 됐다고 해도 아마 카자흐어를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다. 남의 말을 안다는 것은 큰 재산이며 행복의 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양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