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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70년] (13)좌절딛고 ...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7-10-07 00:00:00조회633회

카자흐스탄 유일의 고려인 공훈예술가 문공자씨

올해로 환갑을 맞은 문공자(60.여) 씨는 카자흐스탄에서는 유일하게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고 있는 고려인이다. 공훈예술가는 이 나라 예술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지난 1992년 카자흐스탄이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뒤 이 칭호를 받은 예술가는 아직 1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씨는 2005년 훈장과 함께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아버지가 '일본시대' 때 징용으로 건너온 한국인 2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씨는 "러시아 민요도 부르고 카자흐 민요도 부르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국 민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사할린의 유주노사할린스크시. 일제에 의해 끌려온 그의 아버지는 딸의 예술적 재능을 살려주려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고 그는 졸업 후 그곳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카자흐스탄과 인연을 맺은 것은 30세를 조금 넘긴 1978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 순회공연차 온 그는 인근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극장인 고려극장에 '스카우트'됐고 이후 30년 가까이 이 극장 소속으로 공연을 펼쳐왔다.

"엄하게 '고려어' 공부를 시켰던 부모님 덕에 다른 고려인들보다 한국어에 능했을 뿐 자라면서 (내가) 고려인이라는 사실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고 말하는 그가 조국을 한층 가깝게 느끼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 북한과 남한에서 번갈아 공연을 하면서부터다.

그는 "1990년 북한의 통일축전에 초청받아 노래를 불렀고 이듬해인 1991년에는 남한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가수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 노래에 관심을 갖게 돼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온 뒤에도 '새타령'이나 '뱃노래' 같은 민요를 공연의 레퍼토리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한 당시 아버지 고향인 남원에 찾아가 작은아버지와 사촌오빠들을 만나고 왔다"며 "짧은 기간 가봤던 조국이 생각날 때면 한국에서 배웠던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를 부르곤 한다"고 했다.

알마티 예술대학 교수로 기타 연주자인 남편 겐나디 김(61)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둔 문씨는 "아들은 모스크바에서 작곡가로, 또 딸은 재즈 가수로 일하고 있다"며 "자식까지 예술에 능한 고려인의 핏줄을 그대로 닮았나 보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