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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70년] (18)후손 정체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7-10-07 00:00:00조회570회

하바로프스크 한국교육원 한국어교실 탐방

"누가 해볼까요. 엘레나가 한번 해볼까?" 러시아 극동의 하바로프스크 시내에 위치한 한국교육원. 한국이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난이도의 받아쓰기 시험이 한창이다.
'모오기(모기), 머어리(머리), 여어우우(여우)…' 최대한 또박또박 시험 문제를 불러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10여명의 학생이 노트에 답안을 적고 있다.

우리에게는 쉬운 단어이지만 이 곳 학생들에게 이번 받아쓰기 시험은 꽤 까다로운 모양이다. 학생들이 답 하나를 '그리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10초를 넘어 보였다.

시험은 다른 학생들이 노트에 답을 쓰는 동안 학생 1명이 칠판에 답을 적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칠판 앞에 선 엘레나(14)양은 그런대로 정답을 맞추다가 '파리'를 쓰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 곳 한국교육원에서 한국어 실력을 쌓고 있는 학생은 모두 200여 명이다. 기초반에서 회화반까지 6개 학급에 야간반 2개 학급이 더해져 모두 8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는데 각 반마다 고려인 학생 수는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고려인 수강생이 적은 것은 하바로프스크 주에 사는 고려인의 수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고려인은 연해주 지역의 절반 이하인 1만6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고려인에게 한국어는 꼭 갖춰야 할 필수 사항은 아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당장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이 적은 것도 고려인 2-4세가 한국어를 공부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다.

한국교육원의 김종선 원장은 "하바로프스크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수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고려인이라고 해도 한국 기업에 취업하기는 극히 힘든 일"이라며 "당장 생계 해결이 우선인 고려인들에게 민족의 언어라며 무조건 한국어를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으로 현지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차츰 높아지는 추세다.

중급반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안나(24.여)씨는 한국어가 "'아주 아주'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노래도 듣고 한국 영화도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며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꼭 한국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블라디미르(36)씨는 "한국 나라 좋아하니까 공부해요"라며 수줍게 말을 걸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솔직하고 진실해서 매력이 있다. 한국어 공부와 함께 최근에는 한국 음식을 먹고 소주를 마시는 취미도 생겼다"며 웃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해외 교육원은 전 세계 14개국 35곳에 설치돼 있다. 러시아에는 하바로프스크 외에도 사할린과 블라디보스토크,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교류가 소강상태를 맞고 있지만 이 곳 교육원은 1997년 설립 이후 꾸준히 학생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