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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재정착과 국적회복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7-10-01 00:00:00조회591회
세르게이 김씨 형제 "우리가 뭉치면 두려울 게 없다"
(우수리스크<연해주>=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우리 김씨 형제들은 원래 뭉치면 못 해낼 게 없다고들 했어요. 같이 행복하게 살자고 형들을 불렀죠."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시의 시골마을 크레모바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 3세 세르게이 김(42)씨는 요즘 하루가 1년같이 길기만 하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형과 상봉하기 때문이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부모를 둔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최근 다시 연해주 지역으로 돌아온 이른바 '재이주 고려인'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소도시 부카라에 살다 2001년 연해주행 열차를 탄 그는 작년 3월 고려인 재정착촌인 크레모바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조그마한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4남1녀 중 셋째인 그에게 형이 찾아오는 것은 연해주 고려인 농업지원 캠페인 희망본부'(공동대표 강영석·김성수·박원순 등)의 고려인 재이주 프로그램인 '7070 프로젝트' 덕분이다. 희망본부는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재이주하는 70가구에 대해 집을 지어주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으며 재이주자들에게 3천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농사 밑천을 마련해 주고 있다.
작년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크레모바에 온 둘째 형 아나톨리(51)씨와 함께 이웃해 살고 있는 그는 맏형인 뱌체슬라브(54)씨에게 "형제끼리 모여 살며 제대로 양돈(養豚)을 해보자"고 편지를 보냈고 결국 형은 '7070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재이주를 결심했다.
세르게이씨는 "우리 형제들은 어려서부터 함께 돼지도 키우고 수박농사도 지으며 특출난 성과를 내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었다"며 "이미 형과 형수가 살 집을 준비해 놓았고 함께 돼지 농장을 운영할 계획도 마련해 놨다"고 설렌 맘을 감추지 못했다.
세르게이씨 형제가 할아버지가 살던 연해주로 재이주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에서 독립하면서 경제사정이 나빠진 데다 정부가 우즈베키스탄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며 언어에 대한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큰 형과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셈"이라고 말하는 세르게이씨는 "형이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많이 망설였지만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말했던 게 재이주를 결심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희망본부로부터 대출을 받아 마련한 돈으로 어미돼지 7마리와 새끼돼지 30마리를 키우고 있는 그는 "지난 겨울 영하 30도까지 내려갔지만 톱밥을 발효해 열을 발생시키는 기술을 사용해 가뿐히 겨울을 날 수 있었다"며 "형들과 힘을 모아 근사한 돼지 농장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