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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하) 새로운 장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7-08-20 00:00:00조회583회
권리회복 어려워 계속되는 망국민 후예의 서러움
= (알마티=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고려인들은 1991년 소련 붕괴 후 산하 공화국들이 독립하면서 다수 민족의 언어가 국어로, 러시아어는 공용어로 되면서 또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 국가들이 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공직사회 진출을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독립 후 초창기에는 공직사회에 있던 고려인들이 대거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신 블라디미르 우즈벡 고려인문화협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젊은 고려인들을 정부기관에 많이 진출시켜 고려인 위상을 드높이려 하는데 우즈벡어 교육에 어려움이 많아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우즈벡에는 한때 22만여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했으나, 러시아어만 사용해오다 독립 후 우즈벡어까지 배워야 하는 처지인데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러시아와 카자흐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현재 17만여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인구 2천600만명인 우즈벡은 러시아와 카자흐에 많은 노동자들을 공급하는 셈이다.
러시아와 카자흐로 고려인 뿐만 아니라 여타 민족들도 몰리는 이유는, 오일달러 유입 등으로 경제가 급성장 가도를 달려 그만큼 일자리도 많고 보수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
우즈벡 고려인은 여타 지역 고려인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수준이 높은 만큼 '자존심'도 강해 주변국에 가서도 막노동판에는 거의 일하지 않는다는 게 고려인들의 설명이다. 특히 카자흐로 넘어온 우즈벡 고려인 여성의 상당수가 한국인 가정이나 한국기업 식당에서 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자흐 옛 수도인 알마티에 거주하는 고려인 남경자(63.여)씨는 "카자흐 건설현장에는 우즈벡에서 오는 노동자들이 많이 있지만 우즈벡 고려인들은 자존심이 강해 건설현장에선 일하지 않고 장사나 다른 일을 한다"고 귀띔했다.
경제가 급성장중인 카자흐의 고려인 10만여명은 우즈벡 고려인들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일자리가 없어 다른 나라로 나가는 경우가 적지만, 그럼에도 공직사회에 진출하려면 카자흐어를 구사해야 한다. 물론 사업 등 공직과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고려인 2만명이 거주하는 키르기스스탄에서도 고려인들이 공무원을 꿈꾼다면 키르기스어를 배워야 한다.
이러한 고충 외에도 고려인들은 강제이주자 후손으로서의 복권(復權)과 이에 따른 사회복지 혜택을 못받고 있다.
고려인 복권절차가 법제화된 러시아에서조차 전체 고려인 19만명중 복권 수혜자는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려인들이 오랜 이주생활과 잦은 이사로 부모나 조부모 등이 강제이주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을 담은 문서를 가진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카자흐도 법제화돼 있으나 수혜자는 미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와 카자흐 이외 우즈벡, 키르기스 등지엔 아예 관련법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카자흐에 거주하는 한 고려인은 "복권과 관련한 법이 있는 지도 모른다"고 밝혀, 복권절차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제이주 70주년이 됐음에도 상당수 고려인들이 이주 1세대의 고난을 답습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