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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 우즈베크 로케 현장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7-09 00:00:00조회487회

'내 반쪽'은 어디 …50도 무더위에 얼굴이 반쪽



▶ 38세 농촌 총각 만택(정재영.(右))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천생연분을 만날 수 있을까. 통역 가이드 라라(수애.(左))의 도움을 받아 죽마고우 희철과 신부감 찾기 여행에 나선 만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한 장면.

"고리카(키스하세요)! 고리카!" 2일 오후 8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결혼광장인 압둘카심 사원. 한국 농촌 총각과 고려인 처녀의 결혼을 축하하려고 모인 하객들의 합창이 힘차게 울려퍼졌다.하객의 절반 이상이 우리 동포인 까레이스키(고려인)들이다. 러시아 말인 '고리카'는 본래 '맵다'는 뜻. 키스의 느낌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우즈베키스탄인의 결혼식에선 이 말이 빠지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은 옛 소련 연방에서 1991년 독립했지만 여전히 러시아어를 많이 쓴다.고려인이 25만명(인구의 1%)이나 살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애환이 서린 이 곳에서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감독 황병국.제작 튜브픽쳐스) 촬영이 한창이다. 경북 예천의 38세 노총각 만택(정재영)과 희철(유준상)이 천생 배필을 찾아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겪는 해프닝과 애틋한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이 날 두 총각은 현지 통역 가이드인 라라(수애)와 함께 배우자 찾기에 성공한 선배 원정대원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장면을 찍었다.

실제로 38세 노총각인 황병국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의 '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모티브로 했다. 황 감독은 "사회문제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휴먼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지는 '초고속 국제결혼'에 무슨 사랑이 있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관습과 조건을 먼저 따지는 우리네 결혼도 그다지 다르진 않다. 사랑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의 삶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다"며 "한국에서 8000㎞ 떨어진 우즈베키스탄까지 날아온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결혼이 아니라 사랑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사회성 짙은 묵직한 소재임에도 영화엔 웃음이 넘친다. 슬픈 일도 웃음과 버무려 표현하는, 직접화법 아닌 간접화법을 택했다. 덕분에 웃음 뒤의 여운이 길다.

현지 로케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가장 괴롭힌 것은 살인적 더위. 정재영에겐 특히 그랬다. 여자의 얼굴조차 제대로 못 쳐다보는, 답답할 정도로 순박한 캐릭터인 만택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몸을 10㎏이나 더 불렸다.

"저보고 살만 찌우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땀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이곳 한낮 기온이 평균 50도가 넘지 뭡니까. 한달 반 동안 현지 촬영하며 더위와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웬걸, 본격 더위는 이제 시작이라는군요. 앞으로 한 달은 더 있어야 하는데…."

만택과 죽마고우인 택시운전기사 희철을 맡은 유준상의 변신이 파격적이다. 뺀질뺀질한 역할이라 잔뜩 멋을 낸다고 냈지만 '뽀글이 파마'에 알록달록한 알파벳이 새겨진 양말까지 촌스러움이 넘친다.

"예천 미용실에서 2만원 주고 한 파마 약이 너무 세서 머리카락이 다 끊어지는 줄 알았죠. 처음엔 거울을 보기가 두려웠어요. 머리스타일 때문에 이제 CF 출연은 물 건너갔어요."

수애는 자신이 맡은 라라 역에 대해 "어머니의 강인함과 여동생의 순수함을 지닌 인물이고,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 총각이어서 결혼 상대가 안 된다는 선입견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상깊었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들은 "만택과 희철만 순박한 게 아니라 이곳에서 본 우즈베키스탄 사람들도 진짜 순박해 보인다"며 "지나가는 버스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경찰이 그 버스를 세워서 8차선 도로까지 막고 촬영하도록 해주고, 시민들도 불편을 참고 기다려 줘 매우 고마웠다"고 입을 모았다.

제브시카(아가씨)들의 미모도 화제였다. 정재영과 유준상은 "무더위도 힘들었지만 아가씨들이 너무 예뻐서 촬영에 몰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애는 "내가 봐도 예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 선배가 너무 한눈을 팔길래 '자꾸 이러면 언론 인터뷰 할 때 다 말해버린다'고 하자 자제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농촌 남성 네 명 중 한 명 꼴로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세상이다. '외국인 신부'는 이제 단순한 화제가 아닌 엄연한 현실. 이런 한국 농촌의 '국제적 위상'을 영화가 얼마나 알싸하게 그려낼지…. '나의 결혼 원정기'는 전체 분량의 70%를 차지하는 우즈베키스탄 현지 촬영을 이달 말 마치고 11월께 극장에 걸린다.

타슈켄트=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