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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두 번 버려진 우크라 고려인들"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7-09 00:00:00조회503회

추적 60분 "두 번 버려진 우크라 고려인들"

[한국일보]2006-01-03 1224자
‘오렌지 혁명’의 현장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기차로 11시간 떨어진 남부의 농촌마을 밀리토플. 이곳에는 국적을 잃은 채 비참하게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적지 않다.

열일곱 소녀, 악산나는 무국적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간호사를 꿈꾸지만 책 살 돈도 없어 신문을 보며 혼자서 공부를 한다. 탄야(15)는 다행히 학교에 다니고 있고 학업성적도 좋지만 국적이 없고 가정형편도 어려워 대학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탄야는 “더 이상 삶에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울음을 멈추지 못한다.

KBS 2TV ‘추적60분’이 4일 밤 11시5분에 방송하는 신년기획 ‘우크라이나 실태보고-국적 없는 고려인들’이 전하는 실상은 실로 충격적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열흘간 우크라이나 남부의 무국적 고려인들의 삶을 취재하고 돌아온 박성주 PD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움막 같은 곳에서 숨어사는 분들이 많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고 전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약 2만명으로, 이중 3,000~4,000명 가량이 무국적자로 추정된다. 이들이 국적을 잃게 된 것은 옛 소련연방 붕괴 이후 ‘기회의 땅’으로 불린 남부 흑토지대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여권을 잃어버렸거나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빠 신생 독립국가의 국적으로 재신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국적 없는 설움은 이산의 아픔까지 낳았다. 밀리토플에서 기차로 4시간 더 가야 하는 심페로플. 배추밭에 임시로 지은 비닐움막에 기거하는 우(51)씨는 10년째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도 3년 전이다. 그는 “단 하루라도 딸의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최 보리스(70)씨 부부도 시집 간 두 딸과 생이별한 지 10년째다.

그러나 그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식사 때마다 밥과 김치를 먹고 매년 된장을 담가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나톨리 김(67)씨는 “나는 러시아어로 말하고 글을 쓰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다. 다른 고려인들도 한국인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박 PD는 “이들은 국적 회복 절차가 까다롭기도 하지만 워낙 생활이 어려워 그런 절차를 밟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와 국민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