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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들 고통 느끼니 찡하네요”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7-09 00:00:00조회488회

사할린 동포 4세 이 알료나(21)씨는 12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제3전시관 앞에서 얼어붙었다.

‘일제침략관’으로 이름이 붙어있는 전시실. 피로 물든 옷을 걸친 독립군의 머리채를 잡아 물을 먹이는 일제의 고문관, 밧줄로 묶여 천장에 매달린 채 몸으로 받는 채찍….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그는 서툰 우리말로 입을 열었다. “우리 할아버지들의 고통이 느껴져요. 일본사람들 참 나빴어요.”

이씨의 증조할아버지는 일제 때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됐다. 그 땅에 정착한 후손들은 ‘고려인’으로 불리는 해외교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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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앞 잔디밭에서 사할린 동포 청소년과 국내 청소년 등 40여 명이 독립기념관을 관람하고 난 후 기념 사진을 찍었다. /KTF 제공

“할아버지는 죽기 전에 꼭 하셔야 한다며 당시 한국인이 사할린에서 어떤 고통을 당했는가에 대한 책을 쓰고 계세요.”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이씨는 이번 광복절에 다른 사할린 동포 청년 19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고, 한국 국내의 청소년 20명이 이들과 합류해 광복의 역사현장을 탐방하고 있다. KTF와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지난 10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으로 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 공주 국립 박물관, 제3땅굴, 송광사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사할린 동포 청소년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동포 청소년을 인솔 중인 러시아 사할린 교육원 김순자(60) 교사는 “자신들의 뿌리를 알고자 하는 열망이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역사의 현장 중 서대문 형무소와 독립기념관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는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형장과 앉지도 못하고 누울 수도 없는 독방, 그리고 일제가 고문하는 형상들을 보면서, 그들은 전율했다.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 율라(17)양은 “할아버지, 아버지 나라의 역사를 알고 싶어 왔는데 한국의 ‘아픈’ 역사에 놀랐다. 8월 15일의 큰 의미를 오늘 알았다”고 말했다.

뿌리의 역사에 목말라하는 사할린 친구들을 보면서 한국 청소년들도 변화하고 있다. 김상훈(17)군은 “처음엔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 참가했는데 일정이 진행될수록 달라지는 나를 느낀다”며 “일본이 왜곡한 역사를 바로잡고 올바른 역사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장민석기자 jordantic@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