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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고려인들의 빛과 환한 웃음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9-26 00:00:00조회5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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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외곽에 위치한 ‘한길 의료재단’을 찾은 20여명의 고려인들이 한국 의료진들의 무료 백내장 수술을 받기에 앞서 검안을 기다리고 있다. 수술을 마친 최베니아민(74·오른쪽)씨와 아내 김이스크라(59)씨가 함께 웃고 있다. 1999년부터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은행에 넣어뒀던 많은 돈을 잃어버렸다”며 지난날을 쓸쓸하게 회상했다.

 

아주대병원 의료진, 우즈베크서 백내장 무료시술

 “반 평생을 뿌연 세상에서 살았다”고 했다. 악성 백내장으로 고통받던 고려인 최베니아민(74)씨다. 안과 레지던트 이기황(32)씨는 “한국에서 웬만해선 보기 힘들 정도로 백내장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경우”라며 “보통 때보다 2배 정도는 수술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외곽의 한 병원. 나이 많은 고려인들로 때 아니게 붐볐다. 서울에서 온 아주대병원 안과 의료진들이 6일부터 이레동안 고려인을 중심으로 백내장 무료 시술을 해준 덕분이다.

병원을 찾은 이들은 대개 50살이 넘은 고려인 1~3세대다. 연해주 일대에 살다가 1937년 9월 스탈린에 의해 이곳으로 강제이주된 뒤, 연고 없는 벌판을 갈아엎고 터전을 일궈 후대를 교육시킨 이들이다. 인근의 프라우다 콜호즈(집단농장)에서 온 박알렌(61)씨는 “이주 당시 프라우다는 모두 갈대밭이었는데, 할아버지를 포함한 고려인이 다 개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돌볼 겨를 없던 관절이, 눈이, 치아가 은결들었다.

이번 무료 시술로 고려인 25명, 우즈베크인 12명 등 모두 37명의 환자들이 백내장을 제거했다. 이주 당시 “기차로 이동하는 한달의 절반을 굶었다”는 최안드레이(77)씨는 “벌판에 내렸을 때 우릴 살린 게 우즈베크 농민들이었다”며 “지금 이렇게 우즈베크 사람들까지 도와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측량 연구원이었던 최씨는 “먹고 살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얻은 병”이라며 “눈 때문에 3년 동안 병원을 다녔지만 약 처방만 받았다”고 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엔 의료 기술의 차이가 크다. 한 60대 여성 고려인은 2003년 현지 의료진들로부터 왼쪽 눈 녹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시신경이 모두 죽었다. 이 병원에 상주하는 10여년차 안과의사 사우다는 2년전에야 백내장 시술을 시작했다고 한다. 백내장 제거 초음파 기기는 있지만 잘 다룰 줄 몰라 130건 가운데 100건을 손으로 직접 했다. 이번 백내장 수술을 주관한 양홍석(36) 전문의는 “수술로 직접 도움을 주는 것만큼이나 이곳 의료진에게 기술과 지식을 넘겨줘 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민간단체 청년회의소(JCI) 경기지구(회장 장원철)가 경기도와 함께 1억원 이상을 들여 의료봉사 활동을 후원했다. 우즈베크 사람들은 병원 의사에게 “고려인 의사냐”고 먼저 묻는다고들 한다. 실력이 더 좋다는 평판 때문이다. 무료시술 기간에 ‘진짜 고려인’ 의사를 찾아와 진료받은 5명 가운데 2명은 안약만 넣어줘도 해맑게 웃으며 돌아섰다. 수술이 필요없는 안구건조증이었다. 1시간 수술대 위에 맘편히 몸을 누였던 이들도 연방 “감사하다”며 봉사진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좀더 환해진 세상에서 그들 모두 함께 웃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