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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한류, 한국인 ‘룸살롱 성문화’가 망친다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9-26 00:00:00조회5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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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슈켄트 도심 곳곳에 한국상품 광고가 즐비하다. 특히 티코, 마티즈, 넥서스 등은 길에서 쉽게 눈에 띄는 차량들이다. 전문가들은 우즈베크 휴대폰 이용자가 올해 200만명에 이를 만큼 떠오르는 미래 시장이지만, 두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정신 교역’이 앞서야 한다고 말한다. 현지 동포 김성기씨 제공

 

중앙아시아 한류, 한국인 ‘룸살롱 성문화’가 망친다

[강제이주70년 중앙아시아의 한인들]
‘겨울연가’속 한국선망…현지인들 “한국말 배우자”
이슬람국에 룸살롱 번지고 ‘여자 찾는’ 관광객 눈살​

내년 9월이면 옛소련 스탈린 정부 시절 연해주 지역에 살던 동포들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지 70돌이 된다. 현지 4~5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된 고려인 사회의 빛과 그늘을 두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15~20평에 이르는 거대한 방. 노래방 기기 전면으로 넓게 터를 비워두고서 20~30명용 테이블이 입구 반대편 벽면 쪽으로 떠밀린 구도가 괴이하다. 하지만 술이 몇 순배 돌면 구도의 ‘은밀한 꿍꿍이’가 이내 드러난다. 손님 4명꼴에 20~30명에 이르는 대규모 접대여성이 일제히 도열해 ‘간택’을 기다리는 전시 공간이 된다. 대부분 170㎝가 넘는 20대 초반의 우즈베키스탄 여성이다. 120여 민족이 섞여 사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한국식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여성들 가운데는 고려인이나 아랍계도 있다.

이런 술집 한 곳에 하루 찾아오는 손님은 20~50여명이다. 이들이 여성의 접대를 받는 비용은 성매매, 이른바 ‘2차’까지 간대도 100달러(10만원)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한 달 월급이다. 타슈켄트에는 8곳의 한국식 룸살롱이 성업 중이다. 주로 한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이들 업소는 모두 한국인 또는 동업자 격의 고려인이 운영한다. 최근 일본인 등 다른 나라의 관광객·사업가까지 몰려들면서, 이들 업소는 우즈베키스탄의 새로운 밤문화를 이끌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새로 부는 일그러진 ‘한류’인 셈이다.

오늘은 한류=광활한 중앙아시아 대륙에 두 얼굴의 한류가 맞서고 있다. 앞선 것은 <겨울연가>를 포함한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이곳 사람들의 ‘한국 짝사랑’이다. 지난 8일 저녁 7시 타슈켄트 시내 팰리스호텔에서는 전통 결혼식이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전통 의상을 갖춘 여성 1명과 남성 2명의 화려한 군무가 날렵한 전통음악과 어울려 호텔마저 들썩거렸다. 그러나 이 수백년 전통도 <겨울연가> 앞에선 잠시 숨을 멈춘다. 친구의 긴 축사에 <겨울연가>의 배경음악이 묻어 흐른 탓이다.

한국에 대한 친근한 시선이 일상적으로 오고간다. 최근 5년 우즈베키스탄에만 모두 20여편에 이르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됐다. 대부분 시청률이 50%를 넘는다. 지금까지 다섯차례 재방영됐던 <겨울연가>, 세차례 되풀이됐던 <올인>은 매번 70~80%에 육박했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방송계약을 맺은 <트랙시티>와 같은 ‘한국산’ 만화영화도 곧 전파를 탄다.

우즈베크 제1방송의 유일한 고려인 피디 박리타(46)씨는 “이례적으로 재방송을 요구하는 편지들이 회사로 올 정도였다”며 “특히 고려인보다 우즈베크 현지인들이 더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니자미 사범대의 여대생 질랴 가림바예바(21)가 말했다. “2년 전 한국말 배우러 한국교육원에 갔는데요. 우즈베크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근데 이번달(9월)에는 두 반(60여명)이나 생겼더라고요.” 최근 2~3년 ‘드라마 속 한국’이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소외받던 고려인들의 자존심까지 세워주고 있다. “학교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꽹과리를 치다 너무 시끄러워 북으로 최근 바꿨다”는 질랴는 “겉은 우즈베크인이지만 속은 완전 고려인”이라는 지인의 소개에 웃음을 터뜨렸다.

혐한류의 ‘시원’, 성문화=2006년 9월, 질랴가 그려낸 웃음의 여운은 얼마나 갈까. 한국식 룸살롱은 10년 전까지 한 곳뿐이었다. 하지만 2~3년 사이 업소는 물론 이용객 수도 급증하면서 일부 외지인에겐 새 관광명소로까지 꼽힌다. ‘낮 골프, 밤 섹스’가 30여만원이면 가능하다. 골프장을 들렀다 밤이면 도심의 에이스(Ace), 시엔엔(CNN), 백악관(White House) 등의 이름을 가진 한국식 룸살롱으로 몰려가 즐기는 비용이다.




2003년 한국인 관광객이 매달 10~15명 가량이었던 한 여행사의 경우, 올해엔 월 300명 선으로 크게 늘었다. 고려인 관광안내인 박아무개(25)씨는 “한국에서 출발해 저녁에 타슈켄트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룸살롱부터 찾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고려인 사업가는 “이곳에서의 한국 이미지가 외줄을 탄 형국”이라며 “나부터도 한국인을 진심으로 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88%가 이슬람교도인 우즈베크에서 성매매는커녕 여성 접대가 이뤄지는 술집도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들 업소 앞에는 현지 경찰들이 상주하며, ‘단속’이 아닌 ‘보호’를 해주고 있었다.

내일은 혐한류?=타슈켄트의 사립 한글학교인 세종학교 교장 허선행(41)씨의 말은 더 아리다. 2004년 서울 강남의 50대 사업가 조아무개씨가 직접 국내 유학을 지원해줄 터이니 여학생 두 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추천을 해준 제자가 격앙돼 허씨에게 항의했다. “공부시켜 주는 대신 자신의 ‘애인’ 구실을 해줄 수 없냐”는 제안을 조씨로부터 받은 뒤였다. “부끄러웠다”는 허씨는 “지금도 한국의 방문객이 우리말은 좀 서툴더라도 예쁘고 늘씬한 여성 통역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해온다”고 말했다.

2003년까지 한해 신입 정원을 200명으로 제한했던 세종학교는 현재 400명까지 뽑고 있다. 지원자의 절반은 다음 학기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질랴는 “한국어나 한국문화의 인기가 엄청나 대학의 관련 학과 입학 점수도 영어나 일어를 앞선다”고 말했다.

모크스바경제대학 타슈켄트 분교를 다니는 푸르카트(25)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예의나 어른에 대한 공경 같은 것들이 많이 강조돼 정서적 동질감을 느낀다”며 “세련된 문화에 대해서도 배울 게 많아서 꼭 방문하고 싶다”며 해맑게 웃었다. 룸살롱을 찾는 한국인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웃음이 사라진 외마디가 들려왔다. “아! 그 얘긴 하고 싶지 않아요.”

박리타씨는 “예의나 가정, 사랑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닮아서 드라마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두 얼굴의 한국 문화는 그렇게 우즈베키스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고려인을 만나고 있었다. 타슈켄트(우즈베크)/임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