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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수찬 고려인 마을에 내린 사랑의 손길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7-09-27 00:00:00조회662회

연해주 남부 수찬(水淸, 秀璨)한마음 문화센터에서 대구보건대 5일간 무료 의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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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티잔스크<러시아 연해주>=연합뉴스) 왕길환 김병규 기자 =

 

 "머리에서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까지 온 몸이 욱신욱신했는데 이제야 시원허니 좀 살것 같네"

15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연해주 파르티잔스크시 고려인문화센터.

블라디보스토크시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이곳에는 여기저기서 `기분좋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구보건대학 교수 4명으로 구성된 의료 봉사팀은 19일까지 진행될 의료봉사활동을 이날 오전부터 시작했다.

봉사팀이 이곳의 고려인들에게 줄 `선물'은 물리치료와 시력검사, 그리고 안경 증정을 통한 `밝은 세상'이다.

센터 내부가 마을 사람들이 내지르는 탄성으로 소란스러운 것은 봉사팀이 시술하고 있는 물리치료 덕분이다.

이날 오전에만 봉사팀으로부터 치료를 받고 돌아간 사람은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점심시간도 잊은 채 물리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서현규(물리치료과) 교수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재작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이곳으로 재이주했다는 고려인 3세 발레리 김(53)씨는"뼛속 마디마디가 다 아팠는데 `선생님'들이 도와줘서 통증이 싹 없어졌다"며 서 교수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하지 않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현장 기술자였던 그는 이 사고로 장애인 판정까지 받았지만 가난한 형편상 병원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온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졌다. 특히 허리 아픈게 싹 가셨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던 그는 "봉사팀이 있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를 받으러 올 것"이라며 얼굴에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말이 서투른 클라라 리(50.여)씨는 어깨를 가리킨 뒤 날갯짓을 하며 "내일은 남편과 같이 올 것"이라고 기뻐했다.

서 교수는 "원래는 오전 9시부터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었지만 새벽부터 50여명의 주민들이 몰려드는 통에 1시간 일찍 치료를 시작했다"며 "고려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악한 의료환경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다른 한 켠에서는 테이핑 치료가 한창이다. 테이핑 치료는 테이프를 몸에 붙여 균형을 잡아주는 방법으로 잘못된 몸 상태를 교정해주는 치료법이다.

고려인 대부분이 우리말을 잘 못해 봉사단과 환자들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은 상당부분 손짓 발짓으로 이뤄진다.

치료 전 몸의 균형 상태를 보기 위해 양 팔을 벌리고 다리를 들어보라며 시범을 보이던 김상수 교수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따라하던 고려인들은 웃음을 터뜨리기에 바빴다.

`카레이스키'(고려인) 친구와 함께 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러시아인 예카체리나 하멘코(60)씨는 "몸에 테이프를 붙였을 뿐인데 쑤시던 허리가 말끔히 나았다"며 서투른 영어로 `베리 굿'(Very Good)을 외쳤다.

봉사팀은 마을 주민을 위해 치료 도구 외에도 한방 파스 500장과 구충제 500환을 준비했으며 안경 300개를 가져와 시력에 맞춰 나눠주기도 했다.

광활한 러시아의 특성상 이 곳 사람들은 가까운 글씨를 보지 못하는 원시를 겪고 있지만 형편상 안경을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안경이 흐린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최고의 선물인 것은 이 때문이다.

시력검사때 "뿌옇게만 보인다"며 손사래를 치던 예카테리나 김(70) 할머니는 선물받은 안경을 쓰고 "작았던 눈이 커졌다. 이제 책도 읽고 TV도 볼 것이다"며 함께 온 친구들에게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대구보건대학이 파르티잔스크를 봉사 장소로 택한 것은 이 마을 주민들의 40% 가량이 고려인인 까닭에서다.

이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차를 타고 3시간이나 가야 나오는 국립 블라디보스토크 병원.

1980년대 후반 구소련이 붕괴하고 자본주의의 물결이 밀려오며 의료시설은 점차 좋아졌지만 반대로 사회 의료 시스템은 급격히 무너졌고 그 만큼 고려인들에게 병원 문턱은 높아졌다.

봉사팀을 이끌고 있는 이 대학 장우영 안경공학과 학과장은 "걱정했던 대로 의료 환경이 열악했고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봉사팀을 찾아왔다"며 "대구보건대학이 봉사를 슬로건으로 하는 대학이니 만큼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해외동포와 의료 취약지역 주민에게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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