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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요리사

작성자최고관리자작성일2006-07-06 00:00:00조회515회

"러시아 요리? 예술이에요" 국내유일 러 정통레스토랑 3인의 요리사

러시아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나 러시아 소설가 토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낯설지 않지만, 러시아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는 러시아 정통 레스토랑이 한곳밖에 없기 때문인데, 그나마 지난 3월에 문을 열었다. 마포구 합정동 '러시아 문화의 집' 2층에 있는 국내 유일의 정통 러시아 레스토랑 '루슬란'. 한국에 와있는 러시아인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전해주는 곳이면서 동시에 러시아에 살았던 국내인들이 러시아를 추억하며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러시아 음악이 흐르고, 러시아 문인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러시아 레스토랑의 주방에는 러시아에서 온 요리사 3명이 정통 러시아의 맛을 빚어내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고려인 3세 다닐 리(24), 이르쿠츠크 출신인 다치아나 디모페요나(57), 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알렉스 히사모프(34)가 그들이다. 세사람은 3월 레스토랑이 문을 열면서 처음 만났지만, 하루 12시간씩 얼굴을 마주하며 러시아 음식을 만들다보니 지금은 마치 한 식구 같다.

주방장인 리는 할아버지의 고향이 평양이라고 한다. 1940년 쯤에 평양에서 러시아로 이주해 오늘에 이르렀는데, 겉모습은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한국말을 읽기는 하지만 쓰고 말하는 데는 서툴다.

"늘 집에서도 김치를 먹었고 김치찌개도 참 좋아해요. 특히 잔치국수는 가끔 해먹는 우리 집 별미예요. 한국에 와서 여러가지 한국 음식을 맛봤는데, 정식으로 한국요리를 배우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러시아 요리는 비교적 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비해, 한국 음식은 다양한 양념으로 맛을 내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인 것 같아요." 알마티의 중앙아시아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리는 요리하는 게 너무나 재미있어서 독학으로 요리공부를 한 끝에 자격증을 땄다. 3형제중 막내인 그는 어머니를 대신해 가끔씩 밥상을 책임지기도 했다.

"샤슬링은 일종의 꼬치구이인데, 식사뿐 아니라 술안주로도 참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연어 스테이크에 해당하는 인페라 트리차 요리는 철갑상어알로 만든 소스를 뿌려 먹는 맛이 일품이고요." 생각보다 더 발전한 할아버지의 나라에 온 것이 꿈만 같다는 그는 러시아 요리만큼이나 한국요리도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의 디모페요나 아줌마는 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로 26년간 근무하다가 요리사로 변신했다. 평소 잼이나 파이, 과자를 잘 굽기로 소문난 아줌마에게 TV방송에서 요리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했고, 2002년부터 2년간 이르쿠츠크 TV에서 '다치아나 아줌마의 레서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케이크, 파이, 잼, 수프 같은 가정식 요리와 디저트를 소개했다.

'도시락 라면'과 초코파이 때문에 한국이 낯설지 않지만 너무나 매운 한국 음식과는 친해질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루슬란에서 그가 선보이는 것도 역시 파이나 과자, 잼 같은 후식과 샐러드 종류. 특히 진한 과일 주스인 '키셀'이나 양배추를 절여낸 우리의 김치같은 음식인 '크바쇤나이야 카부스타'는 그의 '강추 러시아 음식'이다.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보조요리사 히사모프는 고려인 친구 덕분에 러시아에서부터 한국과 친숙하다. 98년 관광을 왔다가 설악산에서 우연히 현재의 부인과 마주쳐 한눈에 반했고, 또다시 2002년에 온 울릉도 관광길에서 부인과 '운명적으로 재회'하자, 열애끝에 온갖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3년 9월 결혼에 골인했다.

"요즘처럼 입맛 없는 봄에는 요구르트에 온갖 야채와 과일을 썰어넣는 아크로슈카, 양배추를 절인 후 물에 푹 삶아서 고기로 싼 뒤에 다시 끓여내는 가룹츠이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세사람은 러시아의 글이나 음악, 무용,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러시아 음식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