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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은 '큰 땅 농사의 달인'…도움 주는 고려인돕기운동본부

작성자한국경제작성일2014-07-11 00:00:00조회1144회

모국방문 행사 마친 이광길 고려인돕기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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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농사 경험 25년 기업인 농장 물색하다 고려인과 인연
'해외농업전문공사' 만들어야

 

“고려인들은 단순히 도와줘야 할 동포들이 아닙니다. 전략적으로 끌어안고 연대해야 할 대상이에요.”

지난달 고려인 모국방문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광길 고려인돕기운동본부 회장(60·사진)은 8일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근면 성실한 고려인들은 소비에트 통치 아래 집단농장에서 항상 다른 민족보다 월등한 생산력을 자랑했으며 ‘큰 땅 농사’의 달인들”이라며 “단지 민족적 채무로 이들을 바라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외농업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그는 농장기업이자 유기농 식품·제품 판매기업인 돌나라한농복구회 총재직도 맡고 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인도어와 문화를 전공한 그의 꿈은 원래 ‘장승박물관’을 짓는 것이었다. 졸업 후 곳곳에서 작은 미술관을 운영하던 그는 35세 때 충북 보은으로 낙향해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면서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간질환 가족력 때문에 건강을 챙겨야 했습니다. 느타리버섯 같은 것부터 손수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처음 몇 달간은 기존에 벌던 것의 반의 반도 못 해서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죠.”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그는 해외 농업지를 물색했고 1993년 처음 밟은 땅은 중국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6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1999년 연해주로 농업 근거지를 옮기면서 그는 고려인들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정신적 멘토이자 사업 파트너인 시인 석선 씨의 권유에 따라 고려인돕기운동본부를 차렸다. 그는 “원래는 여러 종교가 혼합된 종교단체이자 농사단체였던 돌나라그룹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석선 선생”이라고 했다.

연해주에서 고려인들과 다진 유대관계를 토대로 그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해 현지 땅을 매입해 농장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농사의 관건인 ‘물’이 좋아 천혜의 자연환경이었다. 수년 전부터는 브라질에 진출해 여의도 50배에 이르는 땅에서 기계화 영농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국에 10여곳의 농토를 갖고 있다.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고 박태준 전 국무총리와 식량자급 프로젝트를 추진한 일화도 있다.

그는 스탈린의 강제이주 역사와 고려인의 선조인 독립군의 희생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30년대 일제 폭압이 극에 달했을 때 독립군 본거지인 연해주에는 한글 학교가 무려 380개 세워지고, 한글 신문 잡지도 상당했어요. 결국 이 조선인 세력이 커질 걸 경계해 강제이주시킨 겁니다. 지식인 2000명을 한꺼번에 죽였고, 이주 과정에서 5만여명이 죽었어요. 고려인들은 이런 아픔을 딛고 꿋꿋이 살아온 분들입니다.”
 
그는 “복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먹거리 복지”라며 “식량 주권과 식품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고려인들을 100%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이 앞다퉈 식량자원을 무기화하는 현실에서 무방비 상태인 국내 현실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쌀 빼면 곡물 수입률이 98%에 달합니다. 식량 절대부족 국가인데 이걸 잘 아는 사람이 없어요. 농약으로 점철된 외국 농산물이 많아질수록 인체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악영향도 상당합니다. 반면 그 큰 땅에서 유기농 농사를 우리 손으로 하면 얼마나 좋아요. 해외농업전문 공기업이라도 만들어야 해요. 고려인들 오면 정치인들은 사진 찍기만 바쁜데 그러지 말고 고려인 우대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이해성 기자 lhs@hankyung.com